[🏠일인당 meet 조이성화, #만나서묻당 1️⃣ ]
“1인 가구를 위한 공동 주방이 있다면?”👩🏻🍳👨🏼🍳
- 호스텔에서 같이 요리를 하면서 친구가 되었던 것처럼... 널찍한 공동 주방이 생기면 좋겠어요.
Q: 일인당 첫 번째 인터뷰이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확히 혼자 사시는 건 아니라고 들었는데, 소개 부탁드려요.
조이성화: 동생과 함께 살지만 사실상 일인가구입니다.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일이 적어서요. 대학 입학 후에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고 있는데요. 사실 완전히 혼자 산 적은 없어요. 그전에는 친구나 학교 선배, 그리고 다른 동생과 함께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Q: 가족과 떨어져서 독립해서 살면서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을까요?
조이성화: 혼자 떨어져 살면서 딱 처음 느낀 건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는 거였어요. 반대로 여러 문제도 많았는데요. 가장 먼저 봉착한 문제는 빨래였어요. 처음 올라와서 빨래하는게 손에 익지 않아서 그냥 옷을 계속 꺼내 입다보니까 2주만에 새옷이 동이 났습니다. 이제 손에 익어서 그럴 일은 없지만요.
밥해먹는 것도 그렇구요.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돈이 쓰이는게 많았어요. 공구 같은 것도 집에 있는 거 못 쓰니까 하나 하나 다 사야 해요. 공구, 테이프, 청소도구, 휴지, 1회용품 같은 것들이죠.
이사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이제 큰 짐을 두 세번 옮겨봐서 능숙해졌지만 여전히 이사는 끔찍한 일이에요. 매번 혼자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새로 계약하고 용달 부르고 짐을 다시 포장하고 하는 일을 했는데 최대한 안 하고 싶어요.
Q: 관악구에 살고 계신데요. 살고 계신 동네는 어떠세요?
조이성화: 산책할 곳이 없어요. 골목은 있는데, 저는 공원을 거닐고 싶어요. 도림천 주변이 좋다고 하지만 서울대입구역이나 낙성대역 근처는 산책할 곳이 많이 부족해요. 공원처럼 공공의 자연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 빼고는 서울대입구역이라는 위치는 만족해요. 시장, 약국 등 편의 시설들도 무척 가깝고요.
Q: 혼자 살면서 충족되지 않는 필요 같은 게 있을까요?
조이성화: 밥 문제가 있어요. 동생이랑 밥을 거의 같이 먹지 않아서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필요해요. 식당에서 눈치주는 곳은 없지만 저는 밥을 혼자 먹기보다는 함께 먹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만약에 1인가구 공동공간이 생긴다면 공동 주방이 있으면 좋겠어요. 소셜다이닝의 공간이죠. 같이 요리를 하다보면 친해지기가 쉽거든요. 옆에서 만들고 있는 사람 보면 “뭐 만드세요?” 하면서 이야기나누고, 혼밥하면 심심한데 말문이 트였으니까 같이 나눠먹기도 하고 꿀팁도 나누고요.
호스텔을 같은 공간을 상상하는 건데요. 스토브가 최소 2개가 있구요. 최소 2인이 자유롭게 요리 가능한 넓이의 공간 정도에요. 재료도 나누면 좋겠어요. 가끔은 재료를 같이 사서 나누는 것도 하고, 평소엔 쓰고 남은 재료를 쉐어하고요. 재료를 정말 많이 버리거든요.
어차피 우리가 부동산을 통해 큰 부엌을 누릴 수 없다면 널찍한 공용 공간을 마련해서 밥이라도 맛있게 먹고 싶네요.
Q: 아주 구체적인 아이디어네요. 호스텔의 주방을 생각하니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혹시 지금은 그런 공간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채우고 계신가요?
조이성화: 저는 공간에 대한 저의 욕구를 대부분 카페로 채우고 있어요. 스타벅스에 자주 갑니다. 아니면 학교 캠퍼스요. 요즘 저희 학교는 공간의 목적을 특정하게 정하지 않고 오픈하는 식으로 바꿔나가고 있어요. 행정실이었던 곳을 홀로 만들고, 도서관 꼭대기 층을 카페로 바꾼다든지 하는 거죠.
학교 캠퍼스는 널브러져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집이 넓으면 거실에서 그럴 수 있잖아요. 캠퍼스엔 거실 같은 공간이 많지요. 물론 이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또 캠퍼스는 아지트 같은 공간도 많고요. 그런데 동네에는 그런 공간이 없어요. 카페 정도 밖에 없는데, 소비의 공간이니 좀 다른 것 같고요.
넓으면서 남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친구와 편하게 널브러져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Q: 커뮤니티 공간 같은 곳에선 보통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운영하잖아요. 조이성화 님이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조이성화: 강제적인 프로그램은 잘 안 먹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오리엔테이션 자리를 열어서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한 것 같고요.
'노는 공간'을 만들기가 가장 힘들죠. 원체 취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잘 될까 싶어요. 애초에 집 밖에 나오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처음에 전략적으로 카페 같은 공간으로 시작해서 문화 행사를 가끔 열어서 만들어가는 식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Q: 함께 쓰고 만드는 공간인 만큼, 문화나 규칙 같은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공동공간에 기대하는 조건 같은 것이 있으세요?
조이성화: 그라운드룰이 필요해요. 각자 감수성이 다르니까요. 자칫 잘못하면 여성한테 굉장히 불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학교야 시험기간 같은 때는 적당히 의식 안하고 지낼 수 있는데, 학교도 아니고 지역 공간인데 서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룰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 미니멈(최소한의 조건)을 '여성이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잡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처럼 서로의 거리가 유지되는 깔끔한 공간이 되던가요. 디테일과 그라운드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이: 조이성화 ( @초록머리 )
인터뷰어: @씽, @달리